AI 도입 진단을 의뢰받으면 대개 “어떤 도구를 쓰면 되느냐”는 질문부터 받습니다. 그러나 저희가 진단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도구가 아닙니다. 도구는 나중에 바꿀 수 있지만, 아래 세 가지는 바꾸기 어렵고 이것이 막히면 어떤 도구도 쓰이지 않습니다.
1.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가
AI가 도울 수 있는 업무는 데이터가 있는 업무입니다. 그런데 공공기관에서는 데이터가 있어도 담당자가 꺼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. 시스템은 있는데 내보내기 권한이 없거나, 개인정보 때문에 원천 차단돼 있거나, 부서 간 공유가 규정상 안 되는 식입니다. 진단 첫 단계에서 “이 업무의 데이터를 오늘 오후에 표로 뽑을 수 있습니까”를 묻습니다. 대답이 “요청하면 며칠 걸린다”면 그 업무는 후순위입니다.
2. 결재 구조가 AI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
AI가 초안을 만들어도 결재 단계마다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 시간은 줄지 않습니다. 결재선이 짧거나, AI 초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결재를 대신할 수 있는 업무가 먼저 효과를 냅니다.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규정과 관행의 문제라서, 진단 보고서에 반드시 담당 부서와 함께 적습니다.
3. 반복 업무의 비율
한 사람이 하루에 같은 형식의 일을 몇 번 하는지 셉니다. 민원 분류, 보고서 요약, 회의록 정리처럼 형식이 반복되는 일은 AI 적용 효과가 예측 가능합니다. 반대로 한 달에 한 번 있는 판단 업무는 아무리 어려워도 자동화 대상이 아닙니다.
도입 우선순위는 “효과가 큰 업무”가 아니라 “데이터가 있고, 결재가 짧고, 반복이 많은 업무”에서 시작합니다. 효과가 큰데 이 셋이 막힌 업무는 두 번째 단계로 미룹니다.
진단 결과물
저희 진단은 업무 목록에 이 세 항목을 점수로 매긴 표와, 그 표에서 나온 우선순위 매트릭스, 그리고 첫 3개월에 할 일을 실행 순서로 적은 로드맵으로 끝납니다. 슬라이드에 “AI 전환 비전”을 쓰는 대신 첫 업무의 담당자 이름과 시작 날짜를 씁니다.


